2011년 8월 2일 화요일

7월 26일 화요일 Many Glaciers

이 캠핑장은 시설이 좋고 깨끗하지만, 설거지를 하기 힘들다. 설거지용 개수대가 없고, 화장실에서는 그릇을 닦지 말라고 하는 거다. RV 차에는 싱크대가 있으니까 굳이 만들어놓지 않은 것 같다. 깔끔한 할머니.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냅킨에 물을 묻혀 싹싹 닦아서 사용했다. 좀 지저분해 보이지만, 사실 좋은 냅킨을 사용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제 저녁에 화장실에 설거지를 하면 안 된다는 고급 정보를 주신 아주머니와 그 남편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분들은 자녀와 손자들을 놔두고 3주 휴가를 받아서 여행을 다니시는 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않고, 우리나라 노인들처럼 나이가 많으니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없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편했다. 오히려 친절하게도 옐로우스톤 아래쪽에 있는 Grand Teton 국립공원 내 좋은 캠핑장을 소개해주셨다. 미시건에서부터 옐로우스톤과 글래시어를 거쳐서 캐나다로 가는 중이라고 한다. 부인 이름이 아마도 메기.


그 분들은 떠나고 우리는 비가 오는 글래시어로 향했다.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호숫가는 여전히 평온해보였고 야생화도 꽤 많았다. Avalanche Chute, 우리말로 하면 눈사태 비탈(?)에서 처음으로 가깝게 빙하를 보았다. 이 곳에는 햇볕이 잘 들고 곰이 좋아하는 베리(berry)가 많아서 여름에 곰이 자주 나타난다고 하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없다. 그리고 빙하가 생각보다 더럽다.


Logan Pass(2020미터 높이)라는 곳으로 가려는 길은 공사 중이라 40분씩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사고가 났는지 앰뷸런스와 공원관리차가 몇 대가 지나가더니 도무지 도로가 뚫리지 않는 거였다. 그래도 차를 돌려서 내려가는 사람이 거의 없더군. 사실 나는 차를 돌리다가 앞에 있는 공원 셔틀버스 운전수가 뛰어와서 구급차가 지나가야 해서 길을 막으면 안 된다고 했다. 좁은 일차선 도로에서 한 차선에 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상태에서 내가 반대편 차로를 달리면 구급차가 갈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거다.


한 시간을 기다리니 조금씩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급 상황은 끝난 것 같다. 그러나 공사 때문에 40분 지연되는 건 여전했다. 그래도 여유 있게 주위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움직일 수 있었다. 곳곳에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가 있었고, 산 정상은 안개로 뒤덮여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었다. 물론 좁은 길 아래 절벽 때문에 두렵기도 했다. 길가로 흐르는 물에 일부러 다가가서 폭포수 세차를 하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로건 패스 관광 안내소에는 곰발자국 모형이 있어서 자신의 손과 비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었고 화장실이 공사중이라 간이 화장실을 쓰는 바람에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U자곡을 찍을 수 있었던 건 다행이다.



글래시어 관광버스.

혼(horn)이 생긴 다음에 흐르는 물에 의해 이빨 모양으로 깎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까 공사 중인 곳에는 사람이 서서 길을 통제했는데, 이 곳은 통행량이 적어서 그런지 신호등으로 통제를 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빙하는 이따금 눈밭과 헷갈리기도 하는데, 매년 쌓이는 눈이 모두 녹을 때쯤이면 눈밭과 빙하를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요새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빙하도 녹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1850년에 있던 빙하의 25퍼센트만 남아있고,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공원에 있는 빙하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빙하는 늦여름에 비가 적게 올 때나 가뭄이 들었을 때 녹아내려서 강물이 계속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가 오는 빙하지역을 보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고 공원의 동쪽으로 갔더니, 그 곳은 해가 쨍쨍했다. 빙하가 무진장 많을 것이라 예측되는 Many Glacier로 갔다. 그러나 이미 빙하를 많이 봤기 때문에 그닥 새롭지는 않았다. 단지 비탈진 풀밭에서 뛰어노는 Grizzly 곰을 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비록 엉덩이만 사진 찍었지만...



피크닉 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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