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번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계속 가다가 아이다호 주를 지나 몬태나 주로 들어가다가 보니 고속도로 공사 중이다. 잘 생긴 청년이 표지판을 들고 서 있기에 얼른 사진을 찍었다.
Clark Fork 라는 강가 주변을 따라 가는 135번 도로에는 물결무늬가 있는 암석이 벽을 이루고 있다. Prichard Formation으로 만들어진 지형이라고 한다. 4마일 정도 되는 두께라고 하는데 아직 그 깊이를 완벽하게 알아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모래와 진흙이 차례차례 쌓여서 퇴적암(아마도 셰일)이 만들어진 다음, 수백만 년 동안 열과 압력을 받아서 단단한 변성암인 점판암(argillite)으로 변한 것이다.
점판암은 진흙판으로 잘 쪼개지기 때문에 포장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벽난로나 건물 겉 부분에 붙여서 사용하거나 도로를 멋지게 꾸밀 때 쓰인다는 거다. 옛날 사람들은 이 돌을 도구와 무기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참을 가다가 Hot Spring이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 괜찮으면 하룻밤 묵으면서 느긋하게 온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도시가 황량하고 적막하고 다 쓰러져가는 건물이 많아서 겁이 나는 거다. 따뜻한 물이 졸졸 나오는 야외 온천이 있는데 러시아 인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그냥 나왔다.
도착한 곳은 Columbia Falls RV Park.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할머니께서 엄청 깔끔하시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매우 깨끗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로 RV 차량을 위한 곳이라 텐트사이트는 좀 허름했다. 그러나 칸막이가 있고 전기를 쓸 수 있는 디럭스 사이트는 30+2.1달러. 인터넷도 되고 샤워실이 깔끔하고 전기도 쓸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 빨랫줄을 치면 안 된다고 해서 세탁실에서 동전을 넣고 빨래도 했다. 워셔 30분에 1.75달러. 드라이어 45분에 1.50달러.
Glacier 국립공원에 들어가서 Lake McDonald를 둘러보았다. 작은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인데 깊이가 961미터라고 한다. 만년설이 쌓인 산을 배경으로 한 호수에서 이따금 보트를 타는 사람도 있고, 물가에 앉아서 출렁이는 호수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평화롭다. 곰이 나타날 수 있다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음식보관함인데 음식물을 철통에 보관하지 않으면 곰이 나타나서 텐트를 다 뒤진다고 한다. 곰을 유인하는 시도를 하면 벌금이 50달러라고 한다.
산 위쪽으로 올라가면 습곡 지형을 바로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마 못 갈 거다. 어머니께서 무릎이 계속 아프시다고 해서 산책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일 거다.
산불은 이 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불이 나지 않는 공원의 서쪽 부분은 가문비나무(spruce)와 전나무(fir)가 울창하게 치솟아 있고, 산불이 잘 나는 북쪽 부분은 소나무(lodgepole pine)와 낙엽송(western larch)이 밀집해 있다고 한다. logepole pine은 넓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산불이 난 이후에 벌거벗은 토양에서 번성하는 것이다.
산불은 또한 숲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불이 난 이후에는 잔디와 야생화 등이 잘 자라게 되고, 영양분이 토양으로 되돌아가서 식물의 생장 발육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검은색 숲은 분홍과 보라색으로 가득한 바다처럼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 공원은 캐나다에 있는 Waterton 공원과 국경을 사이에 두고 접해 있다. 1872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옐로우스톤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에 국립공원이라는 유명세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1895년에 캐나다의 Waterton 호수, 1910년에 미국의 Glacier가 국경을 사이에 두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32년에 양국 정부가 합의하여 국제 평화 공원으로 연결했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빙하는 7천 5백만 년 전 Lewis Overthrust(지각변동)으로 인해 높은 산맥이 솟아올랐고, 이 산맥 때문에 수증기가 갇혀서 빙하가 형성된 것이다. 강물의 작용과 다르게 빙하에 의한 지형은 바닥이 넓고 옆면이 경사가 급한 U자형 계곡이다. 빙식호는 거대한 빙하계곡의 바닥까지 얼음이 녹은 물로 가득한데, 작은 빙하가 계곡 바닥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계곡 중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있다.
1995년 Waterton-Glacier 공원은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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