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4일 금요일

온통 붉은 Sedona

공원 관광안내소에 가서 얼쩡거렸더니 한 안내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실 그런 곳에 가면 쫌 뻘쭘하다. 길게 말하기 힘드니까 대체로
지도만 받아와서 한 두시간 정도로 다녀올 수 있는 트레일을 선택해서
알아서 가는 편이기 때문이다. 정 궁금하면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picnic area를 물어보는 정도.

그런데 이분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더니, Korea라고 하니까
한국에서 살았다고 한다. 1973년부터 2년 동안 대구에서
미군이었던 거다. 부산도 알고 제주도도 아시더군. 근데 내 생각에는
그렇게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자기네가 키우던 개를
"개고기"라고 불렀다는 거다. 칫. 개고기 참 맛있다고 할 걸. ^^

아무튼 설명은 잘 해주었다. Bell Rock을 가고 싶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Bell Rock Road로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거다. 작년에 왔을 때 그 곳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주택가였다.
그래서 뭐야 하면서 사진만 찍고 다시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보다 1마일 정도 더 가면 종바위를 올라갈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는
거다. 30~40분 정도 걸린다는. 매우 고맙다고 하면서 나왔다.
나와서 생각해보니 그 분 사진을 찍을 걸 그랬나...

그 분이 설명해준 대로만 가지는 않았지만 결국 종바위에는 올라갔다.
종바위는 법원언덕보다 붉은색이 짙다. 흙이 붉은 것은 철분이 많아서인가?
흙이 밀가루처럼 고운데 밀도가 더 큰 것 같다. 건조하면서도 시원하다.



종바위 좀 못 미쳐서 종바위와 법원언덕(Courthouse Butte)를 함께
볼 수 있는 Courthouse Butte loop에서 출발했다. 가다보니 원래 트레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나무가 무성하지 않다는 장점(!)을 이용해 종바위와
법원언덕 사이를 조금 헤매면서 올라갔다. 날이 살짝 더웠는데도 그늘에는
눈이 남아있더군. 세도나에서도 bortex 기가 세다는 종바위 아래에서
차마 포즈를 취하지 못하고 찍은 사진.



역시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꽤 있다.



안내원이 추천한 Airport Scenic Overlook 으로 가기 전에
세도나 시내 관광안내소에 들러서 맘에 드는 지도를 두 개 얻고,
민생고를 해결하려고 그 맞은편에 있는 Posse Grounds Park로 갔다.
작년에 우연히 들렀는데 온갖바위들로 둘러쌓여 있는 멋진 운동장이 있는
공원이다. 오늘 다시 보니까 서세도나 학교가 있는 거였다.
커피포트 바위, 굴뚝바위, 증기선(steamboat) 바위 등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으면 큰애(고등학생 정도)들이
운동장 바깥에서 애들을 관리하는 것 같다.

밥먹고 차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오늘은 다섯시에 잠이 깨서 피곤했나보다.)
맞은편에 있는 공항길 전망대로 갔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주위를 붉은 바위가
둘러싸고 있고 나무들 사이로 집이 꽤 많았다. 아늑하고 멋진 주거지인 듯.
그 곳을 떠나 Holy Cross Chaple로 갔다. 바위 사이에 지은 성당이다.
5시에 문을 닫았고 밖에서 사진만 찍고 왔다. 이 곳도 안에 들어가 볼 만함.



우연히 막다른 길로 들어가다가 찍은 성곽바위(Castle Rock). 해가 넘어간 직후.



세도나는 대낮보다는 해질 무렵에 붉은 색이 더욱 진해지는 느낌이다.
노을도 상당히 붉다. 기를 많이 받았나 모르겠네.

아참.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밤이고 공사 중이라 시속 60마일로 달리다가
갑자기 사슴이 1차로를 건너고 있는 것을 보고 으악하며 속력을 줄였다. 난 꼭
부딪치는 줄 알았지만, 녀석은 여유있고 똑똑했다. 이 차를 보고 1차로에서 잠시
멈춰 서 있다가 내가 지나가고 난 다음 2차로를 지나간 것 같다.
내 뒤에 1차로에서 오던 차가 몇 초 후 나를 앞질러나간 것을 보면 녀석은
무사한 듯. 살벌한 문명에서도 살아남는 법이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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