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5일 수요일

숨겨진 야자샘을 찾아서

왕복 7.6miles(4~6시간 소요) 거리를 걷는다는 게 좀 부담되지만,
운동하는 셈 치고 갔다. 사막이라고 허투루 봤다가는 큰일날뻔 했다.
위아래로 얇은 내의를 입고 갔기에 망정이지......
표지판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막은 표지판이
많이 필요없을 것 같다. 나무가 낮아서 길이 다 보이니까,
길을 잃고 헤매기는 힘들 듯. 원래 길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해도
주위를 둘러보면 길일 것 같은 부분이 곧 나타나기 때문이다.
설사 길이 없어도 가던 방향으로 죽 가면 다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햇빛은 쨍쨍하게 내리쬐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절대 덥지 않다.
춥다. 처음에는 덜덜 떨기까지 했다. 걸으면서 열이 나니까 잠시 후에는
괜찮아졌다. 사막에서 걷기에는 딱 좋은 그런 날이었다. 이 trail은
살짝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적절한 운동을 보장한다. ^^. 단, 모래밭이
있고 살짝 급경사도 있어서 샌들 대신 등산화를 신은 건 잘한 것 같다.

Lost Palm Oasis 까지 가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드디어 거의 다 왔을 때 Lost Palm Oasis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나보다 먼저 온 할아버지(머리가 흰색인지 금색인지...)를
만났을 뿐이다.




계곡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생각해보니, 계곡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물이 흐르는 것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용감하게 풀을 헤치고 가는데,
동물의 다리뼈(살이 다 먹힌, 아마도 사슴)가 길에 널부러져 있었다.
더이상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어디선가 나를 노리는 맹수가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계곡 위로
올라왔다. 간식도 먹지 못했다. 뒤로 오아시스 계곡이 살짝 보인다.



되돌아오는 길에 20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내 생각에는
내 머리 위로 지나간 비행기 수가 더 많을 것 같다. 아래 사진에
비행기 두 대가 나란히 지나가는 게 보인다. 세 대가 동시에
지나갈 때도 있었다. 이 주변에 생긴 길쭉한 구름들은 아마도
비행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진에 보이는 야자수는 California Fan Palms 라고 한다.
Cahuilla 인디언들이 이곳에 살았을 때 이 야자수 열매를
식량으로 사용했다고...... 가뭄이 들었을 때는 몸통에서 속을
추출해서 비상식량으로 쓰고, 잎으로 이엉을 만들어 오두막을 짓고,
잎에서 섬유를 추출해 신발을 만들었다고 한다.
Cahuilla 인디언들은 모든 자연에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서,
식물에서 씨를 얻을 때도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하고(식물에게!)
기도하고 사과하며, 최소한의 양만 얻었다고 한다.
예의를 지키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이다.

오늘 5시간 정도 걸었다. 다리 아프다. 내일 하루 종일 운전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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