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4일 목요일

1월 20일 꼬르도바

비가 오는 꼬르도바를 흐르는 강물은 흙탕물이고, 건물도 그 색을 쏙 빼닮았다.
1000년도 더 된 이 로마다리 위로는 사람만이 지날 수 있다.
가로수로 정비된 나무에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있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그 까닭은?
정답은 맛이 없어서!!! 메즈키타 내부는 이렇게 생겼는데, 삼각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셀프 사진을 잘 찍으면 순식간에 소인국에 선 걸리버처럼 될 수도 있다.
아마도 모스크가 아닌 성당 구역만 채광이 잘 되도록 한 것 같다.
자연 채광으로 마술을 부릴 수 있을까?
Petra라는 아랍식 요리집에 들어가서 양고기 요리와 페트라 차를 마셨다. 분위기가 묘하다.
돌아오는 길에 로마 다리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몰래 찍음.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1월 19일 세비야 도착.

태풍이 부는 지 바람이 거세서 세비야로 오는 중간에 규모가 좀 작은 송전탑이 기울어진 것을 보았다. 신기하게도 그 때문에 문제가 되는 도로나 집은 없었지만, 그 이후 도로 위로 전선이 지나가는 곳을 지날 때면 마음을 졸이며 갔다. 안달루시아, 특히 세비야 쪽으로 가는 길에는 이런 커다란 소들이 이따금 버티고 있다.
막상 투우장은 가보지 못했다. 10월말이면 모든 투우 행사가 끝난다고 하니, 다음을 기약해봐야지. 세비야 동쪽에 있는 BIB RAMBLA라는 아파트에 숙소를 잡았는데 넓은 실내에 쓸만한 주방, 비데가 따로 있는 화장실, 싱글 침대 두개와 옷장이 있는 방, 그 방만한 크기의 거실이 있다. 인터넷에는 40제곱미터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하루 39유로이다. 더구나 주위는 모두 주거공간이라 안심이 되는 위치이며, 버스정류장이 가깝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까르푸와 Max Dia라는 식품점이 있다. 할 때마다 로그인을 해야 하지만, 인터넷이 잘 되는 편이고 주차장도 안전하다. 원래 3박으로 계획했으나, 장소가 마음에 들어서 하루 더 있게 되었다. 27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리면 엘꼬르떼 잉글레스 백화점 앞이고, 대성당에 가려면 옷가게가 늘어서 있는 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가는 길에 만난 군밤장수. 군밤을 뭐라고 하냐고 물었더니 "꾸리"라고 한다.
옷가게 골목을 지나면 트램이 지나가는 길이며, 음식점과 기념품점이 죽 늘어서 있다. 저 멀리 앞쪽에 보이는 것이 히랄다탑과 대성당이다.
히랄다탑에 올라가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쉽다. 대신 달과 함께 담아가야지.
트램이 정류장에 서있는 모습. 트램길이라고 해도 조심하며 다니다가 트램이 오는 위잉 소리가 나면 얼른 피하면 된다.
어른들은 바나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젊은이들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 세계적인 분위기인가? 지나다가 몰래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오히려 선뜻 포즈를 취해준다.
좋군. 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이 몰려있는 가게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또 무작정 파고 들어갔다. 그랬더니 크.
Rockfeller라는 클럽인데 좁고 음악소리가 크고 적당히 마시고 춤추고 수다떠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왁자지껄하다. 그리고 누구와도 금세 대화를 나누고 사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세비야 사람들의 특징일까?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알헤시라스에서 2박 3일-Miguel

갑자기 모로코 탕헤르에 가려고 마음먹고 알헤시라스 숙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음날 오후에 배를 타려고 타리파 항구에 갔더니, 직원이 말하기를 타리파에서 출발은 하지만 그날 내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녀는 계속 날씨가 흐려서 모로코에서 배가 출발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강조하였고, 그 다음날에는 배를 아예 운영하지 않는다기에 겁을 먹고 그냥 왔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잘 한 결정이다. 그 다음날은 태풍이 온 것처럼 바람에 세차게(56km/h 정도?)불었으니까. 타리파에서 탕헤르까지 35분만에 간다는 쾌속정은 두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가격이 조금 다른데 그 까닭은 모르겠다.
Inter Shipping 회사 배는 8시, 10시, 12시, 16시, 18시, 20시, 22시에 있다. FRS라는 회사가 인터넷 상에서는 더 알려진 것 같다.
탕헤르는 타리파보다 한시간이 늦으니 시간 계산을 잘 해야 한다. 허탈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와서 배가 고팠으나 꾹 참고 8시가 되어 숙소를 다시 나섰다. 4시부터 8시까지는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기 때문에 내가 배고픈 시각인 6시 쯤엔 가지고 있는 견과류와 물을 삼키며 참아야 한다. 대신 8시에 바에 가면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맛난 타파스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먹을 수 있다. 적당하게 주문을 하면 나타나는 빵과 건빵과 올리브. 빵쪼가리를 먹으며 기다리면 요리가 나온다.
싱싱한 오징어 요리와 생선살 튀김(Rosada)
느끼할 수도 있는 이 요리를 짭짤하고 씁쓸한 올리브와 함께 먹으면 느끼하지 않고 올리브 향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바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TV에서 나오는 퀴즈프로그램에 집중하기도 한다. 노인들이 주로 홀에 있는 식탁에 앉는데, 나이가 많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시고 다닌다. 우리는 주로 식탁에 앉아 먹었다.
바나 까페에 대체로 있는 게임기.
요새 자주 나타나는 정치인인 듯. 바르세노타??
알헤시라스에서는 Maria Luisa Hotel에 묵었다. 비록 하는 일 없이 81유로를 주고 이틀을 묵었으나, 주인인 Miguel을 알게 된 건 의미있는 일이었다.
다른 호텔과 다르게 이 곳에서는 주인이 직접 빵을 구워주고 커피를 뽑아준다.
그러면 우리는 식탁에 앉아 이렇게 1회용기에 담긴 여러가지 고기잼(?)을 빵에 발라먹는다. 올리브유를 달라고 해서 왕창 부어먹어도 된다.
미구엘은 이런 사람이다.
긍정적이고 수다스럽고 쾌활하다. 같이 얘기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인데, 짧은 영어 실력으로 나눈 대화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첫날 아침식사를 하다가 TV를 유심히 보던 강쌤이 미구엘에게 TV에 나오는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하면서부터였다. 현재 스페인 실업이 늘면서 집을 산 사람들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집을 빼앗기고 있다는 내용이 한참동안 방송되었다. 길거리에 나와 앉은 가족들이 빈집을 무단으로 점유해서 들어가 사는 일이 빈번해졌는데 그 행동을 okupa라고 한다는 거다. 예전에는 okupa가 마약하고 일하지 않는 거렁뱅이들이 들어가 사는 것을 칭하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보통사람 누구나 okupa를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대화가 끝난 다음에 인터넷으로 okupa를 찾아보았더니, 무정부주의적 행동주의와도 연결되는 단어인 것 같다. okupa를 한 집에 크게 벽화를 그려서 나타내기도 한다.
2년 전에는 누구나 일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미구엘의 처남은 건축학을 5년 동안 공부하고 2년 동안 일자리를 찾아다녔는데, 아직도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해서 처가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호텔에서 12년 전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자기가 열심히 일하니까 원래 주인이 렌트비를 내고 호텔을 운영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2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에 낡은 침대, TV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렌트는 싫다고 했고, 8년 전에 호텔을 구입했다고 한다. 4년 전에 리모델링을 해서 지금은 말짱한 호텔이다. 인터넷이 빨라서 드라마 몇 개를 다운받을 수 있었다. 비록 엘리베이터가 없지만, 직원이 짐을 들어주니까 큰 문제는 없다.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어 소스(고기잼)을 작은 통에 넣어서 신선하게 제공하는데, 어떤 외국인들은 프리부페를 원하며 부킹닷컴에 이 호텔 아침식사가 부실하다고 평을 쓰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식으로 먹고 모로코에서는 모로코 식으로 먹고 스페인에서는 스페인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거다. 근사한 호텔에서 주는 부페식 아침식사는 비쌀뿐더러 신선하지 않은 냉동음식을 신선한 것인 양 제공한다는 거다. 자기는 얼굴을 봐가면서 손님을 받는다고 한다. 믿을 만한 사람인지 확신이 들지 않으면 방이 비어있어도 꽉 차 있다고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자기 돈이나 휴대폰 등을 열린 주방에 그대로 두고 다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옆에서 아침을 먹던 사람들은 부두에서 일하는데 빌바오라는 도시에서 왔고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세게 분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은 사용하던 노트북을 식탁에 그대로 두고 어디론가 갔다. 믿을만하다는 거다. 돈을 많이 벌어서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말라가에서 신호를 어긴 것 같아서 걱정스레 물었더니, 외국인이니 교통법규를 어겨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경찰이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바로 불러서 고지서를 주지 않으면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고지서를 받는다고 해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범칙금을 징수하기는 힘든 거다. 우리나라까지 쫓아와서 벌금을 걷지는 못할 테니까. 그래서 내가 렌터카 회사에 신용카드번호를 알려주었다고 했더니, 사인하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는 귀국해서 나는 모르는 일이다 라고 하고 취소해달라고 하면 그만이라는 거다. 그리고 내가 렌터카 회사에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준 까닭은 차를 빌리기 위함이므로 경찰에게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렌터카회사 계약서에 어떤 말이 적혀있는지 유심히 읽어보지 않아서 아직도 걱정이 된다. 또 신호등 위에 작은 카메라가 달려 있는 것을 나중에 발견한 것도 걱정된다. 흑. 아무튼. 그래서 외국인들이 신호를 위반했을 때는 고지서를 발부하고 바로 돈을 걷는단다. 경찰이 휴대용카드리더를 가지고 다닌다네. 이 때 바로 내지 않으면 바로 잡혀간단다. 아무리 가족이 딸려 있어도 말이다. 교차로를 지날 때 삐빅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더니, 아마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였을 거라면서 지팡이를 짚으며 가는 흉내를 낸다. 그 사람은 많은 것을 흉내 낸다. 모로코 닭 이야기를 하면서 홰를 치는 흉내도 내고. 또 어떤 흉내를 냈더라? 우리가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직접 가리키거나, 스마트폰으로 피망 사진 같은 것을 찾아서 보여준다. 순대 같은 것이 주방 왼쪽에 매달려 있어서 먹어보겠다고 했더니 잘라주면서 초리조라고 한다. 초리조(chorizo)는 돼지고기,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저장식품인데, 피망을 태워서(?) 갈아서 만든 가루를 넣으면 빨갛게 된다고 한다. 인공색소를 쓰지 않는 거다. 껍질은 종이로 말아서 만든 것 같다. 질긴 껍질을 처음에 그냥 먹었더니, 직접 떼 내어 준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에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이 초리조는 오로지 겨울에만 만들었고, 아직도 그러는 가 보다. 지브롤터 근처에 신선한 해물요리집을 알려주었는데, 가보지 못해서 안타깝기는 하다. 다음에 꼭 가 봐야지. 예전에 마트에서 메로를 11kg을 100유로에 사서 차에 바로 싣고 고향인 마드리드에 가서 친척 26명과 나누어 먹었으나, 이 요리집에서는 1kg을 15유로에 준다고 한다. 부인과 함께 맛있게 먹으면 그게 더 남는 거라며. 호텔 앞에 국기게양대가 4개가 있다. 유럽연합기, 스페인기, 안달루시아기, 알헤시라스기를 달도록 되어있는 거다. 그런데 2년 전에 1500유로였던 호텔 관련 세금이 지금은 8000유로로 늘었다. 알헤시라스 정치인들이 새로운 세금을 자꾸만 만들어서 돌아오는 것 없이 얼토당토않게 세금을 많이 내게 되었고, 그게 싫어서 알헤시라스 깃발을 내려서 찢어버렸다고 한다. 대범하기도 하여라.
한 가지 더. 모로코에서는 돼지 고기를 먹지 않으며, 살아있는 닭을 지목하면 바로 잡아서 조리해준다고 한다. 여러가지 도움을 준 Miguel! uchas gracias!!!

1월 16일 알함브라 궁전

하루는 그라나다로 이동하고 하루는 숙소인 통나무집에서 푹 쉬고 드디어 대망의 알함브라 궁전. 오래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0시 20분 쯤에 11시 00분 궁전 입장권를 살 수 있었다. 13유로. 그 동안 헤네랄리페 정원을 둘러보면 되니까 딱 적당한 시간. 이렇게 멋진 정원에서
난 그냥 이렇게 사진찍어보고 싶었다.
정원에서 나와 궁전으로 들어가는 길도 이렇게 잘 다듬어놓았다.
궁전 앞에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죽 늘어서 있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맨 앞쪽에 가서 입장 시각이 적힌 표를 보여주면 먼저 들어갈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시간차를 두고 입장하는 것이 여유있게 사진 찍기 좋다. 궁전은 전체적인 분위기, 천정부터 벽체와 바닥까지 뭐라 말할 수 없이 섬세하고 아름답다. 가장 많이 나오는 곳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곳
벽체 부분
천정부분을 보려고 차가운 바닥에 누워 본 적도 있다.(이번에는 안 그랬다.^^)
곳곳에 그라나다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과 태양빛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곳이 있다.
조용한 궁전에 뭔가 분주한 곳이 있어 가보니
아마도 복원작업 중
이 곳에서 바라보면 시내 아무개 집에 숟가락이 몇 개나 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바탕 경탄을 금치 못하고 나오면 다시 평온한 정원
그래도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사진찍도록 마련된 곳.
추운 몸을 녹이고 늦은 점심을 먹고 알바이신 바깥 공터에 주차하고 조금 걸었다. 동굴 속 따블라오(플라멩코를 공연하는 집?). 밤에만 영업하는 곳이고, 알바이신은 치안이 좋지않다는 소문을 들어서 바깥에서 사진만 찍었다.
알바이신 지구는 동굴주거지이다. 화려한 알함브라 궁전과 좁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굴을 파고 살았던 사람들.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들.
이 아이는 어두운 방 안에서 장난치고 있던 테이키의 여동생.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소매점이 있어서 들어가보았다. 주인장의 이름은 마리아노. 사람들이 자연적인 동굴이 아닌 인공적인 동굴을 파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 자신도 30년 째 살고 있다고 한다. 좁은 골목길에 알맞은 좁고 긴 버스
산니콜라스 전망대 1분, 사크라몬테(동굴주거지) 9분이라는 멋진 표지판이 있는 광장.
그 주변은 뭐 이렇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라나다의 쓰레기 환경은 대체로 이렇다.
산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함브라 궁전.
해질 무렵, 눈덮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배경으로 한 궁전을 꼭 봐야한다지만, 날씨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