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0일 토요일

2015-0111-0648(0110)-바티칸

버스정류장의 전광판에서 정류장 이름, 버스 번호,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을 분 단위로 알려준다.

바티칸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바티칸 박물관 역에 내리니 친절하게 바티칸의 입구를 알려주며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는데 원래 입장료의 두 배를 받고 있었다. 물론 가이드 투어이겠으나, 우리와 같은 한국인들을 위한 배려는 아닌 것 같다. ^^
바티칸의 벽에 이르니 과연 사람들이 줄을 주욱 서 있었다. 우리는 허걱 하며 잠시 서 있다가 혹시나 하고 앞으로 가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한 사람들은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래서 예약도 하지 않고 앞서 들어갔다. 그런데 비성수기라 그런지 원래 기다리던 사람들도 그닥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이 기다렸던 것은 표를 사기 위한 줄이 아니라 바티칸의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한 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거나 예약을 하면 검색대를 좀더 빠르게 통과하는 것이다. 검색대를 통과한 다음 어리버리하다가 이층으로 올라가야 표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1인당 16유로로 표를 사고(어린이는 무료), 한 개당 5유로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린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단체로 모여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팀들을 볼 때마다 이렇게 복잡한 곳에서 길을 막고 더욱 정체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바티칸에게도 시간 예약제 입장을 실시하는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알함브라 궁전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되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까?
게다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시스티나 성당을 가기 위해서는 박물관 내부를 모두 빙글빙글 돌아야 한다. 정신없이 밀리고 밀려서 한 두 걸음 가다가 멈추고 다시 좀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하면서 진이 빠지고 빠르게 지쳤다.

앗. 이것은 아직 그렇게 지칠 줄 모르고 뿌듯하던 때의 모습이다. 솔방울 정원.


거대한 아우구스투스 두상

이름도 외지 못하는 갤러리를 사진도 찍지 못하고 통과하다가 태피스트리가 있는 아라찌(Arazzi, ?)에 이르렀다.

사내아이들을 모두 잡아 죽이고 있는 모습을 잔인하고 안타깝게 표현한 것과 부활한 그리스도.


무슨 갤러리.

시스티나 성당에 가기 전에 지치고 배고픈 우리는 까페에 들렀다. 그 곳에 카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샐러드와 빵과 음료수를 먹고 힘을 내며 앉아 있는데 직원이 오더니 2시 30분에 시스티나 성당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토요일이라 일찍 닫는가 보다. 부리나케 일어나 자리를 정돈하지도 않고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우리는 벽쪽에 붙어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잠시 후 자리가 나서 아이들이 앉았고,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나도 앉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조용히 감상만 했다. 더구나 나는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그림을 보려고 준비해온 쌍안경을 트렁크에 고이 모셔두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습만 보고 그만이었다. 카메라를 쓸 수 없으니 줌을 해서 볼 수도 없었다. 참내.
나가는 길은 입구와 다시 만난다.

바티칸에서 바로 성베드로 성당으로 갈 수 있냐고 직원에게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나가서 바티칸의 높은 벽을 오른쪽으로 두고 빙글 돌아 반대쪽으로 가면 성베드로 광장이 나온다. 그 곳에서 다시 줄을 서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성당으로 들어가려고 많은 사람들이 또 있었다.



 근위병도 꼼짝도 않고 서 있다.

성베드로성당의 낮의 모습.

엘리베이터요금이 얼마였더라. 7유로였던 듯. 계단으로 가면 5유로. 어린이는 무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성당 내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쿠폴라를 올려다 볼 수도 있다.

가운데 구멍을 확대해 보니 천사가 빼꼼히 내려다 보고 있다.

벽에는 천사의 모습이 모자이크되어 있다.

쿠폴라 위쪽으로 가는 길은 쿠폴라의 모양처럼 벽이 둥글게 휘어 있어서 한참 걷다보면 살짝 어지럼이 나기도 한다.

일단 올라가면 전망이 끝내준다. 사람들만 없으면 마냥 있고 싶은 곳이다. 가운데 보이는 흰색 건물은 아마도 조국의 제단(Altar of Fatherland).

천국으로 가는 열쇠 모양의 성베드로 광장. 사람들 틈에서 쇠창살 사이로 조심스레 손을 내밀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바티칸 박물관을 바라볼 수도 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길의 거꾸로 방향이다. 아이가 겨우 지나갈 만금 좁은 나선형 계단을 어지럽게 내려가서 기울어진 벽을 통과하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완벽하게 지상으로 내려가기 전에 쿠폴라와 함께.


기념품점에서 몇가지 성물을 사고 계산하는데 한국인 수녀님이 계셔서 간단하게 인사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어머니께 이 사실을 바로 알려드릴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혹시나 아시는 분일 수도 있으니까.
성당 위쪽에 도열한 천사(?)들의 뒷모습

출구쪽에 있는 근위병은 입구쪽 근위병보다 좀더 자유로워 보였다.

밥을 먹고 다시 와보니 야경이 멋졌다. 바깥쪽에 있는화장실도 개방하니 참 좋더군.

성천사의 다리에서 한방.

성천사의 성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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