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8일 일요일

2014-1228-2120-렌트어카

눈이 스르르 감긴다는 말이 딱 적당하다.
오늘은 새벽 다섯시 쯤에 일어나서 서둘러 준비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아침이었다. 치즈와 하몽 종류가 있었고 씨리얼과 오렌지가 있었다. 껍질이 얇고 맛나서 나중에 까르푸에서 비슷한 종류로 구입했다.
공항으로 가서 렌트를 해야한다. 그래서  어제 버스 기사 말대로 내린 자리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8시 35분 차를 보지도 못한 채 보내고 20분 동안 덜덜 떨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이것 때문인지 나중에 조카가 속이 안좋았다.
다행히 차가 5분 먼저 왔고 사람들이 모두 내리는 T2에서 우리도 내렸다. T1까지 무엇을 타고 가야하는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Sixt 상표가 보이는 거다. 잠시 뒤에 생각해보니 전에 차를 반납할 때 왔던 곳이다. 그때 T1에서 차를 빌려 여행한 다음, 막바지에 지금 숙소에서 묵으면서 T2에서 반납했던 거다.
차를 빌릴 수 없다면 셔틀버스를 타고 T1으로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곳으로 갔다. 물어보니 이 곳에는 큰 차가 없고 T1에 많이 있다는 거다. 그러나 자기가 알아봐주겠다며 계약하기를 유도했다. 나는 처음 예약한 푸조 파트너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푸조 파트너는 트렁크가 정말 커서 큰 가방을 4개 충분히 넣을 정도니까 일부러 그 차를 예약한 거다.
그런데 그 직원 맘대로 잘 안되는지 푸조 파트너와 비슷한 포드 차량을 권했다. 오토이면서 GPS가 달려있다는 거다. 딱 봐도 비싸 보였다. 나는 푸조차량을 27일 동안 사용하는 것에 1500유로로 계약했는데 그 가격을 훨씬 넘을 것 같았다. 고개를 저었다. 그 가격에 맞는 다른 차가 있기는 했는데 트렁크가 많이 작아보였다. 그 직원은 사무실로 들어와서 다시 알아보더니 화면으로 사진을 보여주면서 푸조 5008(?)을 권하는 거다. 크기는 약간 작았지만 뭐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전화를 열심히 하더니 잘 안되나보다. 그러더니 기아 스포티지를 권하는 거다. 헐. 그 차는 트렁크 두 개도 들어가기 힘들 것 같아서 단번에 싫다고 했다.
다시 기다렸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냥 T1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가도 되지만, 계약이 거의 다 되었는데 가겠냐고 하더군. 그래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결국 온 차는 포드 차량인데, 이름은 모르겠다. 계약서를 찾아보니 S-MAX MVP7이라고 한다.



트렁크는 좀 작지만 오토 차량이고(!) 진정한 새차이다. 주행 거리 18km. 크.

이렇게 좋은 차를 1500유로에 주다니.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직원 표정이 영 우울해보였다는 것. 나와 차를 계약하는 게 그녀에게 뭔가 도움이 되니까 아마도 그렇게 했겠지만, 꼭 울며 겨자먹는 표정이었다.
난 만족한 마음으로 좀 어리버리하게 운전해서 빙빙 돌아서 숙소에 도착했다. 역시 트렁크가 작았다. 큰 가방 세개 들어가고 좀 남을 것 같다. 가방 하나는 뒷 좌석에 두어야 하나? 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야지.
Baricento 쇼핑센터에 있는 까르푸에서 이것 저것을 사고 열심히 달려서 아를에 있는 ibis 호텔에 도착했다. 원래 Baricento에 있는 Orange 가게에서 유심칩을 사려고 마음먹어 보기도 했으나 스페인을 바로 떠나게 되니 그다지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이탈리아 산레모에 가서 이탈리아 유심을 사야지.
역시 아를에서도 빙글빙글 시내를 돌다가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이 곳은 개별 난방을 따뜻하게 할 수 있고 건조해서 빨래가 잘 마른다. 방의 크기는 적당하고 침대는 더블 하나와 싱글 하나가 있어서 세명이 넉넉하게 잘 수 있다.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 수 있어서 김치 냄새같은 것을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닥도 장판 재질이라 신발을 벗고 부담없이 맨발로 다니고 바닥에 주저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24시에 한번씩 인터넷을 쓸 때마다 인적 사항을 기록해야 하지만 속도는 괜찮은 듯.
단점은 입구가 철문으로 닫혀 있어서 다른 문이 있나 하고 다시 나갔다가 되돌아 올 정도라는 것. 오른쪽에 있는 벨을 누르면 그냥 열어준다. 또 하나의 단점은 주차를 하고 짐을 끌고 프론트로 가는데 계단이 10개 정도 있다. 비탈길이 없어서 무거운 가방을 들 때 매우 고생했다. 한 백인이 잠시 도와주기는 했다.
10시에 스르르 잠이 들어서 푹 잤다고 생각했는 일어나보니 1시. 흠. 뭘 할까 고민하다가 김치를 일부 처리하는데 온 힘과 정성을 쏟았다. 김치를 싸오려면 역시 알루미늄 봉지에 밀봉되어 있는 것을 구입해야 겠다. 이번에는 사정이 있어서 코스코에서 비닐 봉지에 들어있는 것을 사서 두겹 추가로 싼 다음 테이프를 붙이고, 바르셀로나에서 불안한 마음에 다시 비닐 봉지에 넣었다. 그것을 모두 벗겨내고 물로 헹구는 게 정말 힘들다.
이제 다시 자야지. 현재 시각 새벽 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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