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7일 금요일

가장 키가 큰 나무 Red Wood

지난 여름까지는 국립공원 패스를 잘 이용했다. 그 패스 유효기간이
올해 1월이었는데 열심히 엑셀을 배우러 다니느라 그냥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솔직히 겨울에 돌아다닐 국립공원은 많지 않다. ^^
오늘 간 Red Wood 국립공원은 보호 차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 같다.
다른 곳보다 볼 것이 별로 없다. 오로지 나무. 그래서인지 입장료가 없다.
물론 나무만으로 충분히 멋진 곳이다.
대신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들이 모여 있는 트레일에 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러 곳에서 무료로 허가를 해 주는데 우리가 간 곳은 Thomas Kuchel 안내소.


하루에 50팀만 허가를 해 준다고 해서 안내소 개장 시각인 9시에 맞추어 갔다.
안내소 앞에 있는 쓰레기통. 이제 미국도 분리수거를 잘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예전에는 무조건 버리기만 하더니, 호텔도 그렇고 분리수거와 타올 아껴쓰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우리에게 허가를 해 준 국립공원 직원 Renee(프랑스 계통일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모자와 점퍼를 정식으로 갖춰입고 응해주었다.
이것이 공식복장이라고 한다.


내가 렌트한 차의 종류와 번호를 적고 같이 온 사람을 파악하더니 허가서를
주었다. 허가서 사진. 뒷면에는 트레일 입구에 있는 철문열쇠의 비밀번호가
씌여 있다.



오늘의 비밀번호는 6111. 매일 바꾸는지는 알 수 없다. 내일 한번 더 가서
확인해볼까?


다른 방문객이 없어서 여유있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경사가 심한지, 곰이랑
표범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짧은 영어로 얘기하는 나에게 참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경사는 약간 있으나 갈 만 하고, 곰과 표범을 볼 기회는 거의
없지만, 혹시 만나면 절대 도망가지 말고 둘이 함께 있으면서 부피가 커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그러면 스스로 물러난다고 한다.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포장 도로이다. 그래도 자갈로 잘 다듬어놓아서
진동이 적은 편이다. 사슴이 이따금 있기 때문에 시속 25~30마일 정도로 달렸다.


심지어 화장실도 없는 산 속이지만 방화수는 준비해 놓는가 보다.


자갈길을 7마일 정도 가서 주차를 하고 걸어가면 된다. 아무도 없다.
나무만 가득하다.


곰이 나올까봐 처음에는 조금 두려웠으나, 과연 Tall Tree Trail 답게
나무들이 높에 치솟아 있었다. 도저히 사진에는 담을 수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어떤 나무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나무인지 찾아보려고 하늘만 쳐다보며
가는 바람에 지난 번 개기월식을 보겠다고 노력했던 때처럼 목이 아팠다.


넘어진 다음에 저절로 벌어진 나무도 있고,


사람이 지나가는 길을 막았을 때에는 일부러 잘라낸 나무도 있다.


신기한 것은 나이테가 거의 완전한 원형이라는 거다. 우리나라 나무와는
참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물의 흐름이 지금과는 달랐다고 한다. 그래서 물이 흘렀던 증거로
남아있는 둥글둥글하게 닳은 자갈이 있는 길. 지금은 물길과는 좀 떨어진 그냥
오솔길이다.


이렇게 커다란 레드우드라고 하더라도 불이 여러번 나면 껍질이 타고 말라서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이 구멍은 거위나 오리 같은 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서
이름을 Goosepen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혹시 곰이라도 들어있을 까봐...


강가에서 다시 트레일로 올 때 찾기 쉬운 표식. 우리나라 산악회 표식과
비슷하지만, 산악회 이름이 없고 국립공원에서 매달아 놓은 것 같다.


꽤 큰 클로버. 네잎짜리 개체변이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레드우드는 다른 나무들보다 뿌리가 얕은 대신 넓게 퍼져 있다고 한다.
깊이로는 10~13피트이지만, 60~80피트까지 퍼져있다는 거다.
키가 300피트가 넘는데 뿌리는 겨우... 그래서 잘 쓰러지는 건가?
넘어져서 뿌리가 드러난 나무에 다른 식물이 자라고 있는 모습


예전에 홍수가 났을 때 물이 흐르던 높이를 알려주는 나무.

차가운 눈보라가 가득하여 눈이 쌓였다가 따뜻한 비를 동반한 폭풍이 오면서
한꺼번에 녹아 많은 양의 물이 흐르게 되었는데, 이 때 진흙 침전물이 나무껍질
사이로 스며들어가서 그때 흐르는 물의 높이를 회색으로 표시해 준 거다.

나무가 자라면 위쪽 나무가지는 햇빛을 받아 잘 자라는 대신 아래쪽 가지는
자연적으로 죽어버리게 된다. 이 때 살아있는 가지가 눈이나 비가 많이 올 때
부러져서 나무 꼭대기에서부터 200피트 이상 떨어지면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콕 박히게 된다. 벌목꾼들이 그 이름을 widow maker라고 지었다나...


도대체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가 어떤 거야? 라며 열심히 Tall Tree Groove를
탐방하다가 드디어 발견한 나무. 역시 그 끝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380피트 정도 된다고 하니, 100미터 이상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이 나무가 넘어지면 우리학교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가득 채운다는 뜻?


안개는 이곳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일까? 안개 덕분에
레드우드는 수분을 얻을 수 있고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안개는 태평양의 찬 공기와 대륙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서 생기는데,
요새는 태평양의 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안개가 펼쳐지는 높이가 낮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안개의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하이킹은 대략 3시간 정도 걸렸다. 내려가는데 1시간, 키큰 나무사이를 도는데
1시간, 다시 올라오는데 1시간 정도. 경사가 약간 있으나 봉화산 올라갈 때 보다
덜 힘들다. 길이가 길어서 그렇지. 내려가면서 사진 찍으며 느긋하게 걸었고,
강가에서 간단하게 군것질했고, 올라올 때 쉬지 않고 올라왔던 것이 모두 3시간.
차에 돌아와서 도시락을 먹는데 그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잘 다녀온 것 같다.

댓글 2개:

  1. 가족과 미국 여행중인데 잘 보고 갑니다.

    from LA to Seattle 입니다.

    어제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들렀는데
    의외로 분위기가 스산해서 (애들도 어리고... 혹시나 해서)
    거의 차로만 봐서 tall tree grove는 입구까지만 가봤네요

    루트가 대략 비슷한거 같아서.. 참고 많이 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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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고맙습니다. 좀 스산합니다. ^^
      아이들과 함께 멋진 여행을 하시네요. 좋은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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