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9일 화요일

7월 18일 새로운 시작

이 곳은 시애틀 남쪽 드모인(?) Des Moines 이라는 시골 바닷가 동네이다.
오늘은 정말 바쁜 날이었다. 아침에 갑자기 Costco 카드를 만들어야 겠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가서 카드 만들고 은행가서 환전을 하고 마저 짐싸고 출발한 거다. 집을 나와 공항버스를 타는 순간 입고 오려고 내놓았던 점퍼를 입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미 늦었지. 그냥 왔는데 비행기 안에서도 이곳에서도 계속 덜덜 떨었다.

비행기 안에서 매번 하던 게임과 영화를 접고 뜨개질을 하였다. 에티오피아 아기들을 위한 모자를 떠주는 기부, 이것도 재능기부에 속하겠지? ^^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아기들이 저체온증에 걸린다는 거다. 그런데 졸립기도 하고 눈도 피곤해서 3분의 2정도 밖에 하지 못했다. 완성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대단하시다. 하루 정도면 완성하겠지만, 가져가서 하는 건 안된다네.

도착한 시각은 맞바람때문에 지체되어 1시 30분, 복잡하고 좁은 공항을 빠져나와보니 2시 30분이 넘었다. 나는 렌트카를 3시에 찾으러 간다고 했는데 시내까지 가려면 어림도 없었다. 다행히 짐을 찾은 후에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열어보니 인터넷이 되는 거다. 얼른 예약 시각을 바꾸고 한 숨을 돌렸다. 그런데 목이 너무도 말랐으나 매점이 어디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거다. 다음부터는 부치는 짐가방에 작은 물병 하나를 넣어야겠다.

Sound Transit이라는 경전철을 타고 렌터카 근처 거리에서 내렸다. 이 경전철 문에는 버튼이 있어서 안이나 밖에서 눌러주면 문이 열리는 게 신기했다.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알라모 렌터카를 잘 찾았고 차를 받았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목은 타고, 건조한 탓에 기침 나고, 눈은 팍팍하고. 숙박지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아서 좋았다.

이곳은 오랜만에 해가 났다고 한다. 낮기온이 20도 정도라는데 바람이 불면 추웠다. 사실 지금 써머타임이라 아홉시 반인데도 구름과 거의 꺼져가는 태양빛을 확인할 수 있다. 아침에 만든 Costco 카드를 활용하려고 20분 정도 떨어진 매장을 찾아갔다. 양재점이나 상봉점보다 매장이 크고 물건도 많았다. 그리고 쌌다. 블루베리 2파운드(907그램)이 5.99달러. 숙소에 돌아와서 먹으니까 상큼한 맛에 머리 아픈 것이 좀 가셨다. 밥과 김과 장아찌를 먹으니 좀 기운이 난다. 이제 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번에는 계획을 자세하게 세우지 않아서 걱정이 된다. 텐트에서 잘 생각,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에서 숙박할 생각, 곰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추가되니까 정말 걱정이 많다. 각 도시에 방문자 센터를 잘 찾아가기만 하면 되겠지, 위험하면 죽은척 하면 된다는 긍정적 생각. 이 생각으로 잠을 자야겠다.